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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의 때 은퇴 후 자연스레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남편을 만났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물어왔습니다. 이제 자연스레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도 길어졌는데, 같이 있어도 서로 휴대폰이나 텔레비전을 쳐다보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겁니다. 애들이 더 커 시집 장가보내면 점점 같이할 시간이 많아질 텐데, 걱정이라는 이야기였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흘려보낼 뿐, 딱히 같이 무엇을 하는 건 아닌 거죠.
순간 한 부부상담사의 블로그에서 읽은 글이 문득 떠올라 그에게 들려줬습니다. 이제 더는 너랑 못 살겠다는 지경까지 온 부부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장을 찍으러 가기 전 남편은 생각합니다. 이렇게 끝이라면 정말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그리고 눈을 뜬 아내에게 용기를 내 묻습니다.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아내가 답합니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이혼하자던 아내에게 매일 "내가 뭘 하면 좋을까" 반복했더니
그래도 또 한 번 묻습니다.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 그리고 그 날 이후 아침이 되면 매일 같이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귀찮은 아내는 한 마디씩 툭툭 의미 없이 던졌습니다. 그 말에 따라 남편은 어떤 날은 쓰레기통도 치우고 또 어떤 날은 나무에 물도 주고, 때론 이불도 빨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변화가 없던 아내가 석 달이 지나갈 무렵 조금씩 다른 답변을 내놓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렇게 일 년 후 더는 너랑은 못 살겠다던 부부는 함께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나에게 질문한 그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아내와 관계가 나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혹시 해 보셨다면 한두 번 만에 쉽게 그만두진 않았나요?"
많은 분이 같은 고민으로 비슷한 질문을 꺼내곤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고민하는 무언가를 말로, 또 행동으로 옮기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먼저 나의 아내, 나의 남편과 가장 자주 나누는 말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멀리 갈 것 없이 어제 하루, 지난 한 주만 떠올려 보시죠. 어떤 단어, 어떤 문장을 가장 많이 주고받는가요? 혹시 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진 않는가요?
오래전 읽었던 기사의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오래된 부부를 대상으로 관계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말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1위는 ‘잘 잤어?’라는 아침 인사였다고 하네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화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상대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 없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는 말은 아니기도 합니다.
그 점이 포인트인 셈입니다. 사소하지만 그래서 두 사람의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말. 어찌 보면 꼭 표현해야 하는 말은 아닐지 몰라도 한 번 더 표현해 줌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보기만 해도 가슴을 뛰게 하는 호르몬은 의학적으로 길어야 3년 이내에 생성을 멈춥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 이제 익숙할 법도 한 이야기죠. 이미 우리는 알고 있는 겁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좋았던 시기가 지나면 관계 유지를 위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불타는 사랑은 아주 간혹 현실에 있을지 몰라도 쉽지 않은 일이죠. 처음에는 나를 끌리게 했던 상대의 어떤 면이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 되면 싫어지게 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참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죠.
어떻게 하면 가장 가깝고도 먼 부부 사이가 오랫동안 잘 유지될 수 있을까? 행복한 부부생활에 관한 연구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부부 상담을 주로 하는 심리학자들이 찾아낸 행복한 부부생활의 조건은 부부 사이의 ‘우정’이었습니다.
행복한 부부관계의 핵심은 '우정'
부부치료 분야에서 많이 거론되는 존 가트먼 박사가 3000명 이상의 부부를 대상으로 수십 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 부부관계의 핵심이 우정이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연구에서 가트먼 박사가 전한 ‘부부 사이의 우정’은 함께 협력해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서로 존경과 기쁨을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지금 배우자는 어떤 존재인가요?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동료라고 말할 수 있는 사이인가요? 가장 친한 친구를 한 번 떠올려 보기 바랍니다. 오랜 시간 이어온 친구의 무엇을 알고 무엇을 이해하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는가요? 관계가 시작되고 서로의 마음이 잘 맞는 사이라 해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좋은 친구 사이가 유지되기 쉽지 않지요.
친한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대화를 나눌 때의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 노력을 남편, 아내에게도 기울여 보는 겁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교수는 154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결혼 도중 생기는 갈등과 대화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봤습니다. 그 결과 너, 너 대신 ‘우리’라는 대명사를 즐겨 사용하는 부부가 서로를 우호적으로 대했고 스트레스도 훨씬 적었다고 합니다.
싸우더라도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부부는 문제가 더 잘 해결됐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 또는 너란 말로 서로를 개별화하는 경우 결혼생활을 불행하게 느낄 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너+나=우리’라는 공식을 기억하며 서로 존경과 기쁨을, 깊은 우정을 나누는 상대. ‘잘 잤어?’라는 지극히 평범한 아침 인사를 자연스레 건넬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내와 남편의 모습을 기억해 주세요.
세상 불변의 이치 중에 ‘산울림의 법칙’이 있습니다. "웬수야~" 하고 소리 지르면 반드시 "웬수야~" 하고 메아리쳐 돌아옵니다. "사랑해~" 하고 외치면 "사랑해~" 하고 돌아옵니다.